또는

첫눈 오는 날, 첫눈 오던 날?


벌써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첫 아침이 밝아올 때가 기억납니다. 사회적으로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굵직한 몇몇 이슈 외에는 희미한 시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은 이제 또 겨울을 알리고 있습니다.


일광!, 많은 사람들이 넓은 실내 여기저기에서 무리지어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팽팽한 결승전은 각 팀 선수들과 응원하러 방문했던 회원들의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엎치락 뒤치락하는 결승 경기 때문에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경기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경기장 우측 구석에 있던 라운지 쪽에 밝은 빛이 보였습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빛이 모두에게 보이는 빛은 아니었습니다. 빛에 이끌려 무심코 그 쪽을 돌아봤지만, 특별히 밝은 빛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거기에 직원으로 일하던 그 사람이 테이블 위에 앉아 경기를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한 동안 넋을 잃은 듯, 그 사람을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불꺼진 경기장에 홀로 서 있는 듯, 그런 느낌으로. 그 이후의 경기 결과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렇게 긴장감과 몰입감을 줬던 경기였었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리고 거기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이나 팀원들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었는지, 과연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지 조차도 기억에 없습니다. 내 장비들을 제대로 보관함에 넣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 작은 실내 경기장을 나오던 기억도 없습니다. 그 때가 몇 월이었는지도 기억에 없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순간, 단지 딱 하나, 또렷하게 딱 하나 기억 나는 건...  건물 밖 현관문을 열었을 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코끝이 찡긋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갑고 작은 뭔가가 얼굴 볼에 부드럽게 떨어졌습니다. 바로 그 해의 첫눈 이었습니다...




2018년, 올해의 첫눈은 언제 올까요?


90년대 부터 작년까지 통계로 볼 때, 우리나라의 첫 눈은 11월 중순 경에 자주 왔었습니다. 서울 기준으로 이례적으로 빨리 왔던 해는 10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가장 늦게 왔던 해는 12월 8일 이었습니다. 오늘이 11월 9일이니까, 올해는 다음 주부터 한 달 이내에 올 확률이 굉장히 높네요. 2017년, 작년에는 서울 기준으로 11월 17일에 왔었다고 기록되어 있네요.


되돌아보면, 한 해의 첫 눈은 매해에 있지만, 기억속의 '첫눈'은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첫눈이 왔는지도 모르고 겨울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아마도 그 적은 량의 첫눈은, 어쩌면 송이송이 작은 기억 조각들을 품고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닐까요? 한 해의 많은 날들의 기억들이 희미해져버린 이들에게 주는 특별한 겨울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첫눈을 맞은 기억도 딱 한 번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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