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아파트에 조경이 필요한 이유>





담벼락 옆에 작은 가지가 있어서 찍어봤다.

마치 아파트에 해 놓은 조경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물은 그 자체로 빛이면서, 예술인 것 같다"


요즘 생물에 대한 책을 자주 봐서 그런지 꿈도 이상한 꿈을 꿨다...




- 수상한 바이오 연구소 -


보통 중고교 정도 넓이의 대지에 3~4층 정도 되는 하얀 건물 몇 동으로 구성된 바이오 연구소가
있었다. 군데 군데 공터도 있고 쓰레기 처리장도 있고, 매립지로 보이는 곳도 있고, 왠지 방치된 듯한
모습이지만, 조경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것들이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조경으로 심어놓은 나무들은 흔하지 않은 나무들 같은데,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나무들이다.
아마도 어떤 변이에 의해 만들어진 나무들 같았다.


한 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메인 연구동 3층 실험실에서는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박사 하나가
방문객들에게 차트와 사진들을 보이면서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상용화까지는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며 연구 성과에 대한 낙관론을 늘어놓았다.


설명을 마친 박사는 실험실 옆 방으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그 방에는 비닐에 담겨 뒤섞여 있는
진득한 액체와 살코기 같은 게 한 솥 정도 쌓여 있었다. 박사가 눈짓을 하자 옆에 따라다니던
실험 조교가 그 액체와 고기 일부를 손으로 뜯어 먹으며 빙그레 웃었다.

사람들 중에 한 남자가 박사에게 물었다. "이것이 진짜 고기입니까?"
박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한 번 드셔보시지요"라며 그 사람에게 그 고기같은 것을
권했다. 그 남자는 끝부분 일부를 조금 뜯어내어 먹어보더니,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드시고 계신 것이 밖에 심어놓은 나무에 '임부티민'을 섞어 가공한 것 입니다. 
"임부티민이라고요?"
"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물질입니다... 그리고 그 물질은 또 다른 가능성을 "

그 때, 갑자기 방 문이 열리면서 하얀 색 실험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 몇 명이 쏟아져 들어오며

박사를 향해 소리쳤다.
등에 업혀 들어온 동료 연구원 이름을 부르며 (이름이 기억 안남, 김 선임이라고 부르겠음)

"박사님, 임부티민이요! 김 선임이 스스로 투약을 해버렸어요!!", "완화제가 필요해요"


"뭐라고?!, 그건, 아직, ..."

기절한 듯 보이는 김 선임의 피부는 혈관이 튀어나와 온통 울퉁불퉁해 있었다.

박사는 김 선임의 피부에 불룩하게 튀어 나온 혈관들을 보더니, 급히 주사기를 가져와

굵게 튀어 나와 있는 푸른 색의 정맥 혈관에 주사 바늘을 꾹 찔러넣고는, 혈액을 채취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혈액을 컴퓨터에 연결된 작은 용기에 넣고, 나머지는 현미경으로
가져가 그 혈액을 관찰했다. 방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박사의 행동만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박사는 현미경의 영상을 큰 스크린에 비추면서 사람들에게 놀라지 말라고
말하며, 영상에 대해 설명했다.

"스크린에 보이는 영상은 여기 이 사람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컴퓨터로 분석한 자료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나무처럼 생장하는 고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임부티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난제를 하나

 만났습니다. 식용 고기를 만드는 데는 성공을 했지만, 거기에 필수로 사용되는 임부티민의

 예측하지 못했던 동작이 그것입니다. 이건 동물 실험만 진행되었는데, 체내에 임부티민이

 많이 쌓이면 그것을 섭취한 동물체의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활성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그로 인해 신체가 굉장한 활력을 갖게 되죠... 거기에 하나 더, 우리가 만들어낸 고기는

 먹으면 먹을수록 또 먹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는 특징도 있습니다.

 육류 시장 잠식에 아주 효과적이죠...

 그 역시 임부티민의 효과입니다. 다시 말해, 중독성이 매우 강합니다.

 으음..., 아까 여러분이 드신 정도로는 큰 영향이 없으니,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여기 기절해 있는 김 선임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 연구원입니다.

 개발 과정 중에 테스트 삼아 조금씩 임부티민을 먹게 되는데, 좀 많이 누적됐었나 봅니다.

 김 선임이 아예 임부티민을 직접 투약해 버린 걸 보면, 어느 순간 중독되어 버린 것이죠..
 체내에 흡수된 임부티민은 체외로 배출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부티민의 기능을 중화시켜 줄 완화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


박사는 말을 잠시 멈추고 생각했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빨리 실험에 사용할 피실험자들을 잡아들여야 한다고...

(연구소를 견학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 중 일부도 납치하여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매립지 같은 곳에는 시체들이 여러 구 묻혀 있었던 것 같았고,... 그런데, 어쨌거나 기억이... )


설명을 듣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뭐라고 질문을 하려는데, 건물 밖에서 이상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

(잠 깸. 우리 아파트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만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오늘이 마침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서 밖에서 사람들의 말소리와 덜거덕 덜거덕

 하는 소리들이 들렸던 것임. 경비 아저씨 고함소리 -> '이건 여기다 버리면 안돼요!' )


이것 말고도, 앞 뒤로 뭔가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고, 한 참 뛰어 다녔었는데,

저 임부티민 얘기를 정리하다 보니 다른 건 모두 잊어 버렸네...


혹시나 하고 인터넷에서 '임부티민'을 검색해 봤다.

역시나 검색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꿈은 여러 가지 기억 조각들이 조합되면서 나타난다고 했는데,... 나 참, 임부티민이라... ㅎㅎ





(N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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