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영화 리뷰

인셉션, 2010 Inception Review


(이 포스트는 인셉션의 줄거리를 다루는 글이 아님! 인셉션의 내용 중 공감하는 부분들만 소개^^)

 

꿈 속에서 꿈을 꿔 본적이 있는가? 나는 꿈을 정말 많이 꾼다. 제일 이상한 것은 꿈 속의 꿈이다.

 

어떤 소설을 읽다가 잠이 든 적이 있다. 꿈을 꿨는데 내용은 수 주일 동안 벌어지는 왕족간의 권력다툼에 대한 것이었다. 권력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나서 (네로가 로마 시내를 내려보듯) 궁의 뜰을 바라보고 있는 한 인물을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며 깨어났을 때의 내 생각은 '어라? 그렇게 생생했는데 결국 꿈 이었네'였다. 읽던 책을 옆에 치워 놓고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예전에 우리 집은 2층이고 나는 2층의 작은 방에서 생활했었다. 지금도 꿈을 꾸면 항상 이 집이 나온다. 꿈은 이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편하기 때문에 굳이 벗어나야 할 이유도 없다) 아래 층(그러니까 1층)으로 내려 갔는데 왠지 이상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꼭 가위에 눌린 것 같고 뭔가가 훅 튀어나올 것 만 같은 느낌이랄까...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방문을 하나씩 열어보지만 아무도 없고 소리도 없다. (나는 책을 보다가 왕권다툼에 대한 거대 역사를 꿈으로 체험하고 깨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 상태이다)순간 순간 이상한 공포감 때문에 깨어 나야 된다고 생각하고 깨어나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니 천장이 보였다.

꿈 속에 꿈을 꾸다니... 헉...방안을 훑어보니 안도감이 생긴다. TV가 있고 책상이 있고 평소와 같은 방문이 있다. 최근에는 가위에 눌린 적이 그 다지 없었는데 이 번에는 눌릴 뻔 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방문옆 구석에 놓여있는 작은 구슬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왠지 계속 쳐다보게 되어 계속 보고 있었는데 그 구슬이 점점 커진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구슬은 그대로 놓여 있는 듯 하면서도 점점 커져서 나에게 굴러오는 듯한 강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는 피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아까 꿈 속에서 느꼈던 이상한 긴장감도 점점 강해진다. '빨리 깨어나야 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했었던가? 예전의 경험을 생각해 내 봤다. 오른 팔을 가슴위로 떨어 뜨리듯 올려놓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하면 깨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시도해보지만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왼 팔로 해도 안된다. 계속해서 시도해 보고 있지만 잘 깨어나지 않는다. 긴장감이 이젠 공포감으로 점점 바뀌고 있는 순간, 갑자기 꿈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생각해 본다. 지금 이거 꿈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현실이 맞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현실이다. (그러니까 꿈속에서 방에 누워 자다가 꿈을 꿨는데 책을 읽고 있었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꾼 거다. 말이 되는가? - 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꿈속에서 꿈을 꿨다는 사람들을 여럿 봤지만, 꿈 속에 꿈을 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얘기는 실제 꾼 꿈이다. 꿈 속에 꿈을 꾸는 좀 이상한 꿈이다. 이런 적이 몇 번 있었다. 이런 꿈을 꾸고 나면 왠지 잠을 자고 싶지 않다. 꿈 속의 꿈...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꿈 속에 꿈을 꾼 것일수도 있지만 아닐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는 것이 실제 꿈 속에서 내가 했던 행동일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왕족간의 살해를 목격하는 꿈에서 깨어나면서 순간적으로 내가 그런 역사 소설을 읽다가 잠들었다고 상상한 것일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꿈 속의 꿈을 꾸는 '다 차원의 꿈'이 아니라 사실은 시간적으로 단일 차원에서 책을 읽고 있는 꿈이 지나고 뒤이어 왕권투쟁의 꿈이 이어졌다가 일순간 마무리되고 뒤이어 가위에 눌리는 꿈이 연달아 두 번 나온 것일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인셉션이라는 영화에서는 각 단계의 꿈이 모두 진행형이고 깨어날 때는 모든 단계를 한 번에 깨어난다는 설정을 가지고 스토리를 전개한다.

내가 꿈을 많이 꿔서 그런지 여러가지 공감하면서 그럭저럭 재밌게 본 영화가 인셉션이다. 금 세기 안에는 아마도 신경혁명이 크게 일어나지 않을 까 생각한다. '농업혁명-산업혁명-정보혁명'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변화의 흐름은 '물질적'에서 '추상적', '필수적'에서 '여분의', '간접영향권'에서 '직접영향권'의 개념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영화 인셉션은 이미 계획적으로 설계된 꿈 속에 타인의 잠재의식을 끌어들여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캐내거나 또는 의도된 특정 생각(의식)을 그 타인의 잠재의식 속에 '씨앗'의 형태로 삽입해 넣고 그것이 자라나서 결국은 의식의 방향까지 바꾼다는 상상을 영화화 한 것이다. '표적'이라고 부르는 대상의 행동을 바꿀 의도로, 그의 잠재의식에서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하나의 추억(=씨앗)을 심는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긴 세월이 필요한데, 이 필요한 오랜세월을 세 단계의 꿈(3개 차원의)을 통해서 실현한다. 정말 흥미있는 설정이었다^^

 








회복력이 가장 강한 기생충은 무엇 일까요? '생각(idea)'입니다.




 

현실로 돌아오는 가장 강한 수단은 '킥'이에요. 떨어지면서 물을 뒤집어 쓰는 방법이 가장 좋죠^^.

나는 균형을 잃고 떨어지는 느낌(심지어 버스에서도 자다가 바닥으로 쓰러졌던 적도 2번이나 있다. - 사람들도 깜짝하고 얼마나 창피한지... 내릴 게 아닐바엔 일어나 앉자마자 무조건 더 자는 척 해야된다. ㅋㅋ)이나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을 때 깨본 경험이 아주 아주 많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빨리 깨워야 돼! 물에 집어 넣어!!"








 

꿈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해야 될까?

난 지금 꿈인가? 라고 생각만 해도 알 수 있는데... 꿈 속에서 이런 질문을 하기 위해 나는 평상시에도 '지금 꿈인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한다. 하지만 정작 꿈 속에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은 딱 한 번 밖에 없다. 꿈 임을 알았던 그 꿈속에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무슨 무슨 영웅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꿈 임을 직감적으로 아는 순간 꿈 속에 오래 있지 못하고 깨어나 버린다는 것이었다. ㅋㅋ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 각자 자신만의 토탬을 가지고 다닌다. 디카프리오는 팽이를 들고 다닌다. 팽이를 돌리면 현실에서는 조금 돌다가 쓰러지지만 꿈 속에서는 쓰러지지 않고 계속 돈다. 그런데 이건 설정이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꿈 속에서 팽이는 영원히 도는 물체로 인식할 수도 있고 그러면 쓰러지는 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 경험을 예로 들면 이런 적이 있다.

 

아주 오래 전 꿈인데, 내 꿈속에 한 번은 종로에서 지상에서 다니는 전철(지상에 깔려있는 철도로 느리게 다니는... 외국에 있는 그런 전철.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있었단다)을 탔는데 왠 고양이가 같이 탔다. 물론 두 발로 멀쩡이 서서 전철에 올라서서는 바로 내 오른 쪽에 손잡이(전철 천정쪽에 있는 동그란 고리 손잡이들)를 잡고 나하고 나란히 서서는 바깥 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상상해 보면 정말 웃기다. 고양이 하고 사람들하고 똑같이 서있는 모습.. 꿈 속에서는 뭔가가 이상하지만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고양이를 보는 순간 나는 '뭔가가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고 왼쪽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고양이가 원래 두 발로 걷는 거 맞죠?"하면서... 너무 머쓱해져버린 나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 왼쪽 사람에게 "고양이가 네 발로 걸어다닌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요^^(함박웃음)"하는 말을 덧붙였다. 그 꿈에서 (정말 현실로)깨어났을 때 고양이는 두 발로 걷는 게 맞는데 왜 이렇게 헷갈릴까하는 생각을 한 동안(몇 분정도?ㅋㅋ - 난 잠에서 깨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림)하다가 "고양이는 네 발로 걷는 거 맞잖아...꿈이었던 거잖아?!!"하며 중얼거렸던 적이 있다.

 






 

맞다^^. 잠에서 깨어난 뒤에야 뭔가 이상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꿈 속에서는 '왜 현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가 항상 기억에 없다. (내가 보기에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인 것 같다)

이 아가씨는 표적을 유인할 꿈 속의 세계를 디카프리오 대신 설계할 설계사.


 

디카프리오의 꿈 속에서 자신의 일상 기억과 상식을 토대로 디카프리오의 꿈속 풍경을 바꾸고 있는 설계사.


 

꿈 속에서는 두뇌 활동이 빨라져 현실 시간보다 빨리 간다. 이 영화에서는 약 20배로 가정한다. 때문에 현실의 10시간은 1단계 꿈에서는 약 8일, 2단계 꿈에서는 약 6개월, 3단계 꿈에서는 약 10여년이 된다.


 

 

디카프리오가 맡게 된 숙제는.

거대 에너지 재벌의 상속을 받는 아들('표적'이 될 사람, 영화 속 이름은 '피셔')의 생각을 교묘하게 바꿔서 그 그룹을 스스로 해체해서 무너뜨리게 만드는 것.

이 일을 맡게 된 이유는 아내 살인범으로 몰려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모두 면책받고 가끔씩이나마 통화하는 자기의 두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한 것.

두 아이들은 영화 종반부까지 내내 같은 모습으로 얼굴은 보이지 않고 뒷 모습만 보인다. 디카프리오의 먼 기억속에서 멈춰버렸기 때문.

 

이제 자신을 포함한 5명의 멤버를 모아 계획을 짠다. 전략은 총 3단계의 꿈을 통해 피셔의 잠재의식 속에 그룹을 무너뜨리는 아주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삽입하는 것이다. 부자간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음을 단계별로 활용하게 된다.

 



"이러는 거야"

"첫 단계에서 '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지 않겠다.'"

"다음 단계에서는 '나 스스로 뭔가를 이루어 보겠다.'"

"그리고 최하 단계에서는 결정타를 먹이는 거야. '아버지는 내가 다르게 살기를 바라신다.(아주 아주 긍정적인 생각으로)'"

(아래 사진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멤버가 아니라 이 일을 의뢰한 경쟁업체 대표. 영화속에서는 의리있는 동양인 정도로 비춰짐)





자신의 꿈이라고 해도 꿈 속은 의도대로 통제가 안된다. 갑자기 나타나서 일을 방해하는 아내,

갑작스럽게 시내 한 복판에 등장한 달리는 기관차.

아래 사진들은 모두 꿈 속.



꿈을 통해 정보를 '추출'해내는 추출사들이 있는 한편 그것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훈련을 통해 잠재의식을 무장할 수도 있다.






3단계 꿈을 위해서 사용한 강한 진정제 때문에 꿈속에서 죽거나 해도 깨어나기 힘들고 '림보'상태로 떨어진다.



 


1단계에서 진행중인 꿈. ( 꿈을 꾸고 있는 일행이 타고 있던 차가 무장한 방어병력에 쫒겨 다리 난간에서 강으로 떨어지고 있다 ) - 설계사에 의해 설계된 것.




2단계에서 진행중인 꿈. 일행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자유낙하를 하는 바람에 2단계 꿈에서는 중력이 사라진다. 때문에 일행을 엘리베이터에 몰아넣고 폭탄을 터뜨려 가속도를 만들고 있는 장면.







3단계에서 진행중인 꿈. 설계사는 잠재의식에 씨앗을 심을 효과적인 환경으로서 피셔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배치했었다.

(사진은 굳게 닫혀있던 병실입구 - 감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잠재의식 속 '씨앗'을 확고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사는 병실문을 어마어마한 금고 형상으로 설계했다. 뿐만아니라, 금고가 또 하나 나오는데, 아버지는 아들에게만 비밀번호를 알려준 금고를 병상 옆에 두고 있고 그 안에는 후계에 대한 유언장과 함께 중요한 무언가를 보관하고 있다고 설계했다. 아들은 자기도 잘 몰랐던 그 금고를 스스로 열면서 하나의 '생각'을 갖게 된다)



 


일생동안 사이가 나빴던 아버지의 임종 순간. 유언장과 함께 강력한 금고안에 보관하고 있던 가장 소중한 물건은 ... 다름아닌,

아들인 피셔가 아주 어렸을 때, 함께 돌리던 바람개비.





 

 

숙제를 훌륭하게 마친 디카프리오는 결국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게 되고 항상 뒷 모습만 비춰지던 아이들의 얼굴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된다.

아이들도 조금 컸네요. 동생은 완전 애기였는데.







그런데, 이게 과연 현실일까 확인하기 위해 디카프리오가 탁자위에 돌려놓았던 팽이. 아이들이 보이자마자 아이들에게 달려가느라고 확인을 하지 않았다. 팽이는 쓰러질듯 하면서도 계속 돌고... '저거 쓰러질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도중에 (마치 필름이 모자른 것처럼) 필름을 딱 끊어 버리는...  어이~, 감독님, 이게 뭐야요?

마지막은 진짜 현실 맞겠죠. 아이들도 자란 모습으로 나왔으니까.^^



 

 

표적으로 나온 그 에너지 재벌의 아들에게 작업한 인셉션은 당연히 성공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주제와는 관계 없으므로^^

아참, 이 영화는 영화의 시작부터 영화가 끝나는 이 팽이 장면까지 변변한 배경음악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음악이 있는 듯 없는 듯 밍숭맹숭하다.  사실 어떤 명료한 음악을 넣었다면 꿈 속을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아예 없어져 버렸을 것이다. 마음에 쏙 든다. (특히 이 영화는 잠 자기전에 졸린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더 실감났다)



(N201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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