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국가 부도의 날


얼마전에 개봉했던 '국가 부도의 날' 이라는 영화...

(이 영화 때문에 IMF 구제금융을 받던 당시를 회상해 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대한민국을 다루고 있다. 물론 영화적 긴장감을 위해 일부 각색된 면도 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위기 사항과 미흡한 정부 대응, 동맹이라고 믿었던 나라의 음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위기의 재발을 막자는 뜻을 전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잘못된 역사는 반드시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영화는 1987년, 이른바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에 의한 세계적인 경제 호황기에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불을 달성했다는 보도부터 시작한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전두환 구테타 독재 정부 시절, 들끓던 사회 혼란기(당시에는 학생과 정경간에 화염병과 최루탄들이 날아다니기가 일쑤였다) 였다. 당시 경제적 성과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상 유례가 없는 3저 호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조금만 일하면 누구나 충분한 돈을 벌던 시대였고 모두들 꿈에 부풀어 있던 시대다. 때문에 당시 민주화 항쟁을 하던 학생들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군부 독재체제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고 정부에 의해 통제됐던 언론만을 믿었으며 학생들을 분쟁의 씨앗으로만 여겼다. 그게 전두환 독재 시대였다.


이어 1988년, 노태우 정부 시절 88 서울올림픽이라는 화려한 축제를 지난다. 정신없던 혼란기가 차츰 진정되어 가다가,...


이윽고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시절 수출 1천억 달러 시대 개막과 함께 철강, 자동차, 반도체, 조선 호황, 국민소득 1만 달러, OECD 가입등 장밋빛 호황에 들떠있는 사회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4대 용으로 불리며 연간 10% 이상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장율을 보이며 커가고 있는 한국 경제.


그런데 돌연, 영화는 카메라를 미국으로 돌려,

1997년 11월 5일, 미국 월스트리트 모건스탠리 본사, 동아시아 사업부를 비춘다. 한 직원이 온라인 단말기에 한 줄의 문장을 입력한다.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


동맹국이었던 미국, 바로 그 미국 금융가의 중심, 월스트리트에서 한국의 미국인 투자가들에게 경고를 먼저 때린 것이다 ---> 왜 였을까?



세계적인 경제 호황기에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혼란스러웠던 사회는 외부에서 오고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알지 못한 채, 1997년을 맞이한 것이다.



IMF 구제금융 신청일 : 1997년 11월 22일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 11월 22일,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한 특별 담화'라는 제목으로 담화를 발표한다.

자신의 집권기를 경제 도약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며 야심차게 경제 성장을 외쳤던 대통령의 담화.

앞으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 질 테니까,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메고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하며, 각 경제 주체에는 뼈를 깎는 아픔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발표였다.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반년간의 골든타임을 한참 놓친 후, 때늦은 고해였던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퇴임 후, 언젠가 공항에서 누군가에게 계란 투척 세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깨진 계란이 옷에서 흘러내렸었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생을 마칠때까지 국민들의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최소한 국민들에게 대비할 기회라도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시작된 IMF의 지옥시대...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시에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온 나라가 빚 잔치 중이었던 셈이다. 대기업과의 모든 결제는 어음을 당연시 했고,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모두 금융기관으로 부터 자본을 훨씬 넘어서는 대출을 받아 회사를 운용하고 있었다. 당시 우량 대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300%~400%대에 이르렀고 정부 역시 묻지도 않고 나중에 돈 벌면 갚으라면서 대기업들에게 세금을 아낌없이 밀어주던 시대였다. 국내 은행들은 저렴한 달러를 싸게 들여와 후진국에게 재대출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앉아서 돈버는 시대였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 외환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미리 인식하지 못해서 1년이라는 기회를 공중에 날려버린 것이었다. 정부와 기업, 금융가들의 안이한 습성이 눈 앞에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맹수를 그저 멍청한 눈으로 웃으며 바라보고만 있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외환위기 상황에서 IMF에 자금을 요청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IMF라는 기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IMF 란?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구분

 국제금융기구 

 설립일 

 1945년 

 설립목적

 세계무역의 안정된 확대를 통하여 가맹국의 고용증대, 소득증가, 생산자원 개발에 기여

 주요활동/업무

 외환시세 안정, 외환제한 제거, 자금 공여

 소재지

 미국 워싱턴 D.C.

 가입국가

 188개국 (2011)

                                                                                                                            출처 : 두산백과


한 마디로 국제적인 대부 업체인 셈이다. 활동및 설립 목적은 그럴싸하지만, 이들은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을 보며 살려줄테니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내놓으라며 협상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이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


IMF가 우리나라에게 협상 시작전에 선행조건으로 요구한 내용은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다.


  한국의 은행들을 도산시켜라!


당시에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차입 경영과 중소기업들에게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 있는 어음, 모두가 빚 잔치 중이었는데, 이것은 신용을 담보로 하고 있다. 어느 순간 신용이 무너져서 당장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하면 연쇄적으로 일시적인 자금 압박을 받게 되어 있던 것이다. 누군가가 '나 돈 못 갚겠어'하며 도산해 버리면 줄줄이 도산할 수 밖에 없던 구조였다. 모든 기업들이 은행에서 많은 돈을 차입했는데, 자금 압박이 가해질 때 자칫 부도가 나 버리면, 돈 빌릴 때 담보로 잡혔던 기업의 생산시설들이 은행에 넘어가고 만다. 미국의 재력가들은 우리의 이런 약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그들은 IMF를 움직여 한국의 은행들에게 고금리 정책을 펴도록 요구했다. 부채비율이 높던 기업들에게 대출이자를 갑작스럽게 올려받으면 멀쩡한 기업도 도산해 버릴 것이다. 즉, IMF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흑자 도산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구제해주겠다고 온 거 맞나? ... 결국 큰 그림으로 요약해보자면, '한국의 연쇄 대출 구조에 누군가가 작은 폭탄만 하나 터뜨리면 연쇄적인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이 모두 은행 손에 넘어간다. 그리고 그 은행이 가진 기업들을 헐 값으로 만들면 은행까지 도산한다. 도산한 은행은 한 마디로 껌 값이고 그걸 사면 한국의 은행은 물론, 우량 기업들 까지도 모두 수중에 넣을 수 있다'라는 그림이 되는 것이다. 즉, 이 기회에 한국의 기업을 껌 값에 매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과 똑같은 길목으로 IMF가 우리나라를 끌고 갔고 우리나라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못 세우고 무력하게 그들의 팔에 끌려 갔다. IMF는 우리 부모 시대에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그렇게 갈취해 간 것이다. 즉, 미국이 어느 정도 키운 한국이라는 돼지의 속살을 발라 먹은 것이다.




한국 은행들의 도산

당시에 은행 도산에 대한 소문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믿었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다니... 당시의 믿음으로써는 은행이 망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당시에 미국의 신용평가 회사들이 연쇄적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절하고 방송매체들이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냄으로써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렇게 부채질된 신용악화는 우리나라가 빌려왔던 단기 외화 달러를 갚아야 할 상황을 만들었고 당장 외환보유고가 비어있던 우리나라로서는 일시적으로 달러 부족 사태를 맞았던 것이다. 2003년에 방영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003.3.10 한국 IMF로 가다'라는 프로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이런 일련의 상황은 다분히 계획된 측면이 많다.


IMF 협상팀과의 구제 금융 협상 때, 협상팀이 말 없이 슬그머니 협상장을 빠져나가서 누군가와 밀담 후에, 다시 협상장에 나타나면 어김없이 훨씬 가혹한 요구사항이 늘어났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은막뒤에 감춰져 있던 그 밀담 대상자는 미국의 재무 차관이었음을 이제 우리가 알게 됐다.


(IMF 외환위기때, 클린턴 미 대통령)




IMF 기구의 지분 분포를 보자.



IMF의 결정에는 참여국의 85%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의 지분이 17%다. 계산을 해보면 미국을 제외한 IMF 참여국 전체가 찬성을 하더라도 미국이 2%이상 찬성을 해주지 않으면 IMF 구제 금융 결정이 내려질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즉, IMF의 모든 결정은 미국이 하는 것과 다름없다. IMF는 미국의 기구인 것이다. 그러니까 IMF 협상팀이 한국에 와서 협상하는 동안 내내, 미국이 개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이 혹독하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IMF에 앞서 우선 일본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한국과 일본간에는 수시로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융통해주던 관례가 있어왔다. 당시에 우리나라가 필요했던 달러는 100만 달러 정도였다고 증언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에게 AMF, 아시아 통화기금을 만들어 1천만 달러까지 빌려줄 요량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미국의 적극적이고 강압적인 요구에 의해 무시됐다.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일본에게 '한국의 금융 위기에 절대로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 홍콩발 증시 쇼크로 아시아에서 헷지 펀드들의 자금 이탈현상이 있었지만,  그런 상황을 빌미로 미국이 계획적으로 한국의 금융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려고 조장한 것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미국 신용평가사들의 연속적인 한국 신용도 하향 조절

미국의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를 비롯해 S&P, 피치IBCA는 1997년 10월말 당시 AA- 였던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며칠 간격으로 다섯차례나 강등시켜 불과 한 달 만에 B-까지 내렸다. 국제 자금은 이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이 결정되고 투자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그들의 위기 조장에 의해, IMF 당시 원화 환율은 한 때 2000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갚아야 하는 달러가 두 배가 됐던 것이다. 외국에 갚아야 할 이자율이 100%...

마치 국제적인 사채업자 같지 않은가? 이것이 IMF 구제금융의 실상이었다. 우리나라가 불행했던 것은, 이렇게 고리로 들여온 자금을 들여오는 족족 미국 달러를 갚는데 모두 소진해 버렸고, IMF 구제금융을 들여왔다는 소식을 접한 외국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한국에게 빌려 준 대출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결국 IMF 구제 금융 신청이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아쇠 역할만 했다는 점이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소유한 강남의 고가 건물들은 물론, 도산한 업체들을 소유하게 된 은행들까지 헐값으로 미국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아무 효과도 없었던 살인적인 이자율의 IMF 빚은 덤인 셈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다보니, 전부 껌값에 갈취당한 후 남아있는 알짜 자산들은 더 이상 없었다. 그제서야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자국의 언론과 금융기관들에게 더 이상 한국을 까지말고 빚 갚을 기간을 조금 연장해 주도록 지시한다. 이렇게 우리는 겨우 목숨만 연명하며 지금 껏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IMF 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굉장히 크다.

  • IMF 빚은 고스란히 우리나라의 힘 없는 서민들의 몫이 됐다. 돈 있고 정보력이 있던 당시 기득권층에게는 IMF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거의 날 강도를 맞듯 IMF의 살인적인 이자율을 감당하느라 허리 띠를 졸라메고 밤낮으로 일했고 서민들이 가지고 있던 돌반지, 금이빨, 비녀, 귀걸이등 금으로 만든 갖가지 금붙이들을 내놓았고(<-이것들이 지금 어디에 가 있을까? - 이자 뜯어간 사람들이 가지고 있겠지) 도산한 중소업체 경영자들은 겨우 중산층의 문턱에 섰다고 생각했었는데..., 가지고 있던 주택을 시장에 헐 값으로 팔아야 했다.(왜? 은행 담보로 잡혔었으므로. 이 주택들은 당시에 현금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자산으로 넘어갔다. 강남의 비싼 건물들은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갔다)


  • 우리가 힘들게 이룩한 한강의 기적들, 그 자산들이 외국인 즉, 미국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갔다. 그것도 외환위기를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사실상 한국을 경제 식민지로 만든 것이다. 한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칼로 하는 방법이 있고, 빚으로 하는 즉, 돈줄을 죄는 방법이 있다. 오늘날 미국은 터무니 없는 값에 무기도 팔아먹고 있고 천문학적인 미군 주둔비용까지 받아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아래 상장사들의 주요 지분을 보면 이것이 우리나라 기업인지 외국 기업인지 알 수가 없다. 이 회사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당연히 지분율 만큼 지분 소유주에게로 유출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국민들에게서 벌어들인 자금의 반을 배당으로 받아가고 있는 것이다. IMF 발 국부 유출은 지금도 진행중인 것이다.


    <주요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

    삼성전자 - 52.75%

    현대자동차 - 45.43%

    SK하이닉스 - 50.75%

    포스코 - 57.82%

    KB금융 - 69.77%

    신한은행 - 68.9%

    우리은행 - 27.3%

    하나은행 - 74.0%



  • 오늘 날까지 사회 문제로 되어 있는 비정규직 문제도 IMF때 생겨난 것이다. 구조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직원들을 대량 실직시키고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도록 강요했었기 때문이다. IMF 이전에는 '비정규직' 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 김영상 정부에 이어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이 모든 상황을 그대로 짊어져야 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중요한 것은 미국은 분명 우리의 우방이었고,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축 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작은 도움만 있었어도, 아니 우릴 돕겠다는 다른 나라를 막지만 않았어도 피해갈 수 있었고 오늘 날의 비정규직 문제도 이렇게 크지 않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외환 위기를 더욱 더 부추김으로써 우리의 경제를 그들의 손아귀에 예속 시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