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악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무역분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화웨이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무역전쟁, 말 그대로 전쟁이다. 요즘 미중 간 무역분쟁 이슈가 많이 다뤄지고 있다. 그 중에 중국의 화웨이가 언론에 자주 오르 내리고 있다. 화웨이는 전세계 통신 네트워크 장비 1위 업체다. 아마도 통신기기를 다루는 엔지니어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업체일 것이다. 내가 화웨이를 알게된 것은 수 년 전, '메이트북'이라는 태블릿 PC를 알게 된 때부터였던 것 같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일찍 두각을 나타냈던 것 같은데, 내 관심은 메이트북이었다. 다른 경쟁사, 삼성이나 애플, MS등에서 내놓은 태블릿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고품질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왜 미중 무역전쟁의 한 가운데에 끼인걸까?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뭘까?




화웨이는 어떤 회사인가?

창업자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런정페이'로, 1987년 중국이 개혁개방에 총력을 기울이던 '선전'에 회사를 설립했다. 참고로 '화웨이'라는 말은 중국을 위한다는 의미로 '중국의 밝은 미래'를 뜻한다. 화웨이의 주력 사업부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다. 최근에는 이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폰, 노트북, 반도체, 인공지능 스피커, 로봇,...에 까지 IT 정보기술은 총 망라해가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주력 사업부였던 네트워크 시장 분야에서 맞춤형 네트워크 서비스 공급을 통해 약 35년여 만에 기존의 강자였던 에릭슨을 누르고 전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로 우뚝 섰다. 화웨이 전체 매출 규모도 2018년 사상최대매출 1천억 달러를 기록 (한화로 112조가 넘는 금액), 삼성과 애플이 양분하던 스마트폰 시장서도 급부상하며 삼성에 이어 2위 (애플은 3위)를 차지했다. 현재 화웨이는 중국 국영기업인 ZTE와 함께, 중국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중인 IT계의 선두주자로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5G 기술(5세대 이동통신) 개발의 주도 업체다.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



이렇게 잘 나가던 화웨이가 지난 해 말 캐나다에서 멍완저우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며 미중 무역 분쟁의 희생양이 되는 모양새다. 왜?

중국의 경제, 군사적 역량이 강화됨을 우려하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5G 시장 장악 노력을 저지하려는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다. 4차 산업혁명은 3년전 우리나라 대권 주자들도 너무나 많이 강조를 했었기 때문에 아주 익숙한 단어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집고 넘어가보자면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란?

21세기는 정보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시대다. 온갖 센서를 포함한 각종 첨단 IT기기들이 발전함에 따라 IoT(사물인터넷), 광범위한 일상데이터로 이뤄진 빅데이터를 자산으로 삼는 시대인 것이다. 이 빅데이터에 로봇기술, 생명과학, 블록체인, 인공지능등이... 경제, 사회 전반에 고차원적으로 융합되어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가리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며 그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전쟁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이 전쟁에서는 데이터와 데이터 전송속도 우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잘 구축된 인터넷 환경속에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적인 미국의 IT 공룡기업들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넷플릭스등은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관심있게 검색하는 분야, 사는 곳과 일상 생활 속에 찍은 사진, 이동 동선, 금융정보, 친지들간의 대화, 심지어 비밀정보등 모든 정보들을 수집해서 그들이 구축한 데이터센터로 보내 저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금융기관, 군사 정보기관에서 오가는 정보까지 긁어 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지금 우리는 아직 이런 정보 전쟁에 뒤쳐져 있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장을 선점해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이런 데이터 전쟁에 뒤쳐지지 않고 비밀리에 나름(?)의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


왜 화웨이인가?

지구 상의 왕은 미국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점차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있다. 기술굴기, 우주굴기로 그 영역을 우주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간의 강한 압박은 역시 군사 행동이다. 2018년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치루면서 강한 기싸움을 한 판 했다. 해군 함정이 서로 근접 항해를 하거나 최근 중국의 '괌 킬러' 미사일 발사와 그에 대응하는 미국의 미-영 연합훈련등. 중국은 세계 2위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내보이며 군사력으로, 경제력으로 미국과 맞서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많은 경제,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심한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런 중국의 행동 배경에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커진 경제, 군사력에 있다. 이 힘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제조2025' 기술굴기의 선봉에 서 있는 기업체가 화웨이다. 중국이 사활을 걸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제조2025'는 차세대 IT 정보기술, 항공, 우주설비, 교통, 전력, 신소재등을 망라하고 있다. 어쩌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써, 미국은 화웨이를 오랫동안 주시하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그 낚시질에 화웨이가 덜미를 잡힌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자질이 불량했던 화웨이가 제 꾀에 넘어간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화웨이와 얽힌 사건들의 배경 사건들?

최근에 오르내리는 화웨이 관련 기사들이다.

2018.12.1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중국 화웨이와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를 은행 사기, 사법방해, 영업기밀탈취등 13개 혐의로 전격 기소.

2019.1.초 폴란드에서 화웨이 간부 왕웨이징과 정보기관 간부 출신 폴란드 통신사 직원을 간첩협의로 체포

이들 사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멍완저우를 체포한 캐나다를 향해서는 우리나라와 사드 갈등을 겪었던 것처럼 반협박을 하며 대응했다. 결국 멍완저우 CFO는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러나 스파이 활동 혐의를 받은 왕씨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즉각 해고하며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 계속해서 미국에게 두들겨 맞아서인지 이번에는 중국이 캐나다 마약범을 체포해 사형 판결을 내렸다. 미중 무역분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런 굵직한 사건들 이전에 배경이 되는 이슈들이 있었다.


  • 2010년 미국의 중국 군사/안보 개발 보고서 --> (요점) "화웨이 등 중국의 대형 정보통신회사는 인민해방군과 긴밀한 관계가 있음"


  • 2012.10.8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로 제기되는 미국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 보고서'

  •     --> (요점) "화웨이는 기밀을 훔치고 미국의 적국을 돕는 중국 공산당의 수족임.

             (중국군 사이버부대에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했음을 근거로 들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중대한 안보위협에 노출될 수 있음"


즉,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의 정보통이고 그들의 IT장비들은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의심은 2002년 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물론 중국은 이런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고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한 동안 잠잠해졌었다.


그런데 얼마전 화웨이의 스파이칩 해킹 사건이 터진 것이다. 2016년 11월 중국 회사들(화웨이, ZTE)이 미국에서 판매했던 수 백만대의 폰에서 백도어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다시 재점화되고 확산중인 것이다. (참고로 백도어를 통해 문자및 통화내용, 사용자가 움직인 동선이 모두 전송됨이 확인됐다) 결국 이 백도어 사건으로 법정에 선 화웨이는 변호사를 통해 백도어 탑재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수집된 데이터는 중국 정부에게 전송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그러나 어찌됐건 이 사건은 미국에게 커다란 빌미를 제공했다.


미국은 자국 국민들에게 화웨이와 ZTE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함은 물론 동맹국들에게도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것을 설득하고 있다. 이에 동참하고 있는 국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등...


화웨이가 뭇매를 맞다보니 이전에 있었던 자잘한 사건들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2017년 화웨이의 플래그쉽 스마트폰 P10, Mate9 모델에 메모리 성능을 속여 팔아 사용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사건(실 사용에서 욕나올 만큼 성능저하 체감)도 있었고, 삼성전자의 통신 기술을 몰래 훔쳐 무단 사용도 했고, 명품 카메라 렌즈라고 자랑하며 광고했던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중국의 짝퉁 제품이었으며, 그 샘플 사진은 고가의 DSLR 카메라로 찍어 눈속임까지 했었다. 그러나 화웨이는 항의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리콜이나 환불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속은 중국 네티즌들도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었다. 한 마디로 인성 더러운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사고를 내고 만다.



미국의 속내는?

어쨌거나 미국은 연일 중국을 때리고 있고 중국에게는 크고 작은 출혈이 생기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5G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화웨이의 첨단 장비들을 사 줄 나라가 없다. 한편 경제측면에서 중국의 치졸한 전략에 배신감을 느낀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각종 연맹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은 점차 고령화 되어가는 내부 사회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나라 밖으로부터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단지 견제하는 선에서 중국을 때리는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이 때리는 것 같고 전략적인 측면이 강해 보인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정보가 가장 큰 무기다. 정보력이 곧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시대이다. 위에서 말했던대로 지금까지 빅데이터의 최고 패권국은 미국이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다루는 전송 기술은 중국이 1위다. 여기에 미국의 위기 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중국의 데이터 전송기술 즉, 5G기술력에 정보 시장을 빼앗길 수 없기에 공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4G에 비해 5G의 속도는 이론상 20배, 체감상으로도 10배가 빠르다. 이런 5G 시대에는 4G와는 전혀 다른 대량의 데이터 유출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경제 뿐 아니라 안보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우리나라와의 연관성은?

화웨이는 이미 우리나라 통신 시장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국내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순위

  • 1위 : 화웨이 (28%)

  • 2위 : 에릭슨 (27%)

  • 3위 : 노키아 (26%)

  • 4위 :    ZTE (13%)

  • 5위 :   (삼성: 3%)



국내 통신업계에서 LGU+만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채택해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적 안보 불안 속에 국정감사장에 까지 온 화웨이코리아 대표 멍 샤오윈은 장비의 소스코드까지 일정부분 공개해 주겠다며 국내에 통신 장비 공급에 사활을 걸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화웨이 장비 채택을 거부했기 때문에 장비를 팔데가 없는 것이다. 화웨이와 함께했던 중국의 국영기업 ZTE는 잘 성장해 오다가 미국의 이런 공세에 현재 부도 위기에 처해있다. 화웨이 역시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2018년 12월 1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중 유일하게 LGU+가 화웨이 장비로 5G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은 30%나 저렴한 가격 메리트 때문이었는데, 미국에서 주장하고 있는 보안 취약성이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화웨이가 고가 전자제품 시장의 가격을 낮추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어쨌거나 중국이라는 나라나, 화웨이라는 기업 모두 그 동안 쌓아온 신뢰가 없으니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수는 없다.


중국이 좀 더 신뢰를 쌓아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화웨이 사태를 비롯해 중국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지금의 국제 상황들은 중국의, 중국인들의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중국이 참패를 당하면 주변국들에게도 그 여파가 미친다.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고 2019년 우리 경제의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미 중국의 수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모두 도산할 처지에 놓여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 상황과 비슷하다. 하지만 거대 소비 시장인 중국을 상대로 하는 전쟁이다 보니 미국도 약간의 흠집이 나고 있는 상태다. 미국도 중국이라는 시장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많을 것이다. 아무쪼록 계속 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이 적당한 선에서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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