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20부작 응8 줄거리 입니다. 가능한한 내용을 모두 담으려 하다보니 내용이 좀 길어졌지만 3~4분이면 한 회를 읽을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전철이나 조용한 도서관에서 눈으로 읽기에 적당한 분량입니다. 유튜브는 보고 나면 하나도 안 남죠? 공부하다가 일하다가 잠시 휴식할 때 눈으로 즐감하세요.
마지막 회!
선우가 인턴되면 많이 바빠질 것 같아 결혼을 서둘렀으면 좋겠다며 보라를 설득하고 있다.
선우: "너만 괜찮다면 나, 내년에 결혼하고 싶어!"
보라: "우리 넘어야 할 산, 많은 거 알지?"
선우: "알고 있고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옆에 붙어 있기나 해!"
덕선이 귤색 립스틱 바른 걸 보고 노을이가 얼굴을 찡그린다.
노을: "누나, 이영애니까 어울리는 거야. 귤색이 웬말이야? 제발 TV에 나오는 여배우들 따라 하지 좀 마!"
택이: (덕선이를 보며) "이뻐!"
덕선: "진짜 괜찮아? 이거 이영애 립스틱인데"
(마침 학교 다녀오는 진주)
진주: "언니, 안녕! 여기서 택이 오빠랑 뭐해? 어! 언니 입술!! 색깔 짱 이상해!"
애들도 다 컸고 덕선네와 정환네 모두 이사를 계획중이다. 어디로 갈 지 의논 중...
덕선네는 강남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정환 아빠가 그간 알아 본 정보를 조금 알려준다.
정환 아빠: "어렵습니다. 강남에서 2억이면 20평 아파트도 겨우 구합니다. 새 아파트도 아니고 억~수로 오래된 거로요"
덕선 엄마: "새끼들 시집 장가 보내려면 몇 천 떼놔야 하잖아요, 1억 5천 정도로는 턱도 없겠네"
정환 엄마: "그럼 우리랑 같이 가요"
정환 아빠: "네. 우리랑 같이 그기로 가입시다. 우리도 혼자서는 외로버바 못 삽니다..."
덕선 아빠: "아무리 그라도 너무 멀자네. 서울 올라면 차라리 대전서 출발하는 것이 낫겄네"
정환 아빠: "아이고, 보라 아부지. 인지 우리 나이에 바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고마 땅 100평씩 사 놓고, 잔디도 좀 밟아 보고 바베큔가 뭔가도 좀 해삼시로 우리 좀 여유 있게 삽시다. 또 누가 압니까? 거도 개발이 될지"
덕선 엄마: "거가 어딘데요?"
정환 아빠: "고속버스 타고 부산서 올라올 때 맨날 보던데 있다 아입니까, 판교!"
- 저녁 퇴근 시간 무렵 -
헤어지기 전에 아줌마들 한테 딱 걸린 보라와 선우 (지금 쯤 걸릴 때도 됐죠)
선우 엄마, 덕선 아빠 엄마 모두 선우와 보라의 교제 사실을 알고 충격... 아직 결혼 얘기 꺼내지도 않았는데, 선우 엄마와 덕선 엄마는 아예 머리까지 싸매고 드러누웠다.
택이 아빠: (커피 주며) "들으셨죠?"
덕선 아빠: "고맙네, 하필이면 성선우대..."
정환: "에휴, 조심 좀 하지, (덕선이 보며) 보라 누나는 어때?"
덕선: "방에 있겠대, 나 같으면 친구 집으로 확 도망갔을 텐데"
동룡: (방문 열고 들어오며) "들켰다고? 뭐 이렇게 심각해? 어차피 다 아실 일 아니었냐?"
정환: "그래, 도롱뇽 말이 맞네. 어차피 다 아실 일이었잖아!"
동룡: "그리고 요즘 동성동본 결혼 많이 해. 법이 바뀐다는 말도 있고. 덕선이도 선우 형부로 어때? 괜찮지?"
덕선: (생각해 본 적 없는 듯, 선우를 보며) "야, 너 성보라랑 결혼 까지 할거야?"
선우: (확고하게 끄덕)
동룡: "오호호!! 선우, 카리스마! 야, 근데 너 엄마는 어떻게 설득할거냐? 엄마한테 한 번도 반항한 적이 없는데"
덕선: "그러게, 난 성보라보다 니가 더 걱정이다"
선우: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잘 할 거니까, 니들은 니들 인생 걱정이나 해!"
(일동 "오~호...!")
정환 엄마: "정환아, 니 형 사법고시 완전 접은거야?"
정환: "...(뜸들이며 생각하다가) 네!"
정환 엄마: "당신 전에, 짜장면 배달할 때 정봉이 정환이가 친구들과 놀고 있는 거 보고 애들 부끄러울까봐 당신이 도망가려고 했는데, 정봉이가 정환이 손 잡고 '아빠!' 하면서 당신한테 와서 안겼다며"
정환 아빠: "어, 기억 난다"
정환 엄마: "당신 그날 밤 집에 와서 울다가 웃다가 눈물 콧물 범벅을 해가지고 밤새 나한테 얘기 했었어. 당신 그게 그렇게 좋았어?"
정환 아빠: "하모, 내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목이 콱 메인다..."
미옥이 아빠는 원단 도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옥 아빠가 장사하다가 딸이 웬 남자하고 가게 앞을 걸어 오길래 딸이 동대문 시장바닥 장사꾼 아버지를 부끄러워할까봐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옥이 정봉을 데리고 앞에 와서 서더니 '아빠!'라고 부른다. 미옥 아빠가 힐끗힐끗 보며 '어...어 우리 딸 왔어?' 하며 어색하게 웃자, 미옥이 '내 남자 친구야!' 하며 정봉을 소개한다.
미옥: (정봉을 보며) "우리 아빠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맨손으로 혼자서 이거 다 차린 거예요. 지금은 아빠 없으면 대한민국 원단 시장이 안돌아간대요"
정봉: (예상치 못하고 미옥 아빠와 만나 약간 당황했으나 90도로 깍듯이 인사를 하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보기에 아버님은 한국의 빌게이츠 이십니다. 진정한 자수성가를 이루신 당신은 정말 멋쟁이십니다!"
미옥 아빠: (딸의 칭찬에 조금 우쭐해져서) "내가 빌게이츠보다 쪼매 더 낫지! 빌게이츠는 영어라도 잘했지, 난 태어나서 영어고 일어고 하나도 안 배왔는데 나는 미국 사람들한테도 팔지, 일본 사람들한테도 팔지, 그러니 내가 더 낫지. 아, 빌게이츠도 내처럼 국민학교 밖에 못나왔나?"
정봉: "하버드 나왔습니다"
미옥 아빠: "... ... 똑똑한 양반이네"
미옥: (웃음)
정봉: (이마를 짚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그러니까 아버님이 대단하신겁니다. 아버님은 정말 짱이십니다!"
미옥 아빠: "으허허허허 그래! 그래 어 춥다, 들어가! 내 맛있는 거 시켜줄게. 남대문 시장에 죽이는 김밥있다"
정봉: "감사합니다! 아버님!"
미옥 아빠: (웃음을 멈추더니) "잠깐만,... 자네 목소리가 낯 익다...예전에 우리, 통화한 적 있지?!!"
(미옥을 보며) "니 고등학생 때 사귀던 놈, 이 놈 아냐?!! (형사처럼 매서운 눈초리로) 그 때... 전화했던 목소리 맞는데?"
미옥: (억지로 막 웃으며) "아하하 아빠 춥다 얼른 들어가자!" (하며 정봉을 가게 안으로 밀어 넣으며 들어가 버린다)
미옥 아빠: "분명히 맞는 거 같은데...? (가게를 돌아보며) 너 맞지? 시키야!!" (하며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정봉이 형은 사법고시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겠단다.
엄마는 실망했지만, 아빠는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다고 하며 격려해준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경험도 쌓고 제가 지금 이 나이 먹도록 용돈도 타서 썼는데, 이제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고 싶습니다.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정리가 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봉이 형 사시 포기한 거, 보라와 선우 사귀는 문제 얘기 중인 두 엄마들.
정환이 엄마가 덕선이 엄마를 설득하는 중이다. '동성동본 그거 아무 것도 아냐, 법도 바뀐대. 70먹은 우리 이모도 받아들였었는데 시원하게 허락해. 넌 어떻게 70먹은 할매보다도 못하냐, 어휴'
부모님 설득 - 선우편
선우: "나 보라랑 결혼 하고 싶어, 허락해줘, 엄마!"
엄마: "선우야,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엄마도 절대 안된다카는 거 아이다. 니 아직 공부도 안 끝났고 졸업도 해야 하고 앞으로 할 일이 안 많나? 그카고 니캉 보라캉 눈에 콩깍지가 씌여갖고마 서로 좋아하지만 나중일은 모르는 거거던. 그러니까 천처이 생각해보자, 응?"
선우: "엄마, ... 나... 보라랑 6년 만났어. 그냥 스쳐지나가는 마음 아냐. 그리고 지금 당장 결혼 시켜 달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거 아냐, 보라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은데 엄마한테 허락받고 당당하게 만나고 싶어서 그래. 엄마, 나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한 거 한 적 없어. 대학교도 전공도 모두 엄마가 원하는대로 다했어. 후회하는 거 아닌데, 결혼 만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엄마가 이번에 나 한 번만 봐주라 응?"
(나중에 택이 아빠가 선우 엄마에게 한 말)
택이 아빠: "여보, 내 친자식 아니라고 널널하게 하는 말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내 말 들어봐봐. 택이 처음에 바둑한다캤을때 내가 얼마나 반대했는지 기억나지?"
선우 엄마: "기억난다. 보라 아버지 기원 댕김시로 원래 덕선이 델꼬 다닐라캤는데, 덕선이 그년이 소독차만 오면
환장을 하고 쫒아가는 바람에 우리 택이가 얼떨결에 따라간 거 아이가? 그라고 보믄 사람일은 참 알 수가 없다.
택이 아빠: 보라 아부지가 제2의 조훈현이 만들어 보자고 꼬시가 처음 한 달만 시킨는데, 근데 이거 뭐 아가 평생 바둑판에 갇히가 살겠더라고 그래 그날로 기보랑 바둑판이랑 갖다 안 버렸나? 근데 그 다음날인가 아가 자는 가 싶어가 방문을 여니까 이놈아가 몰래 혼자 방에서 기보를 보고 있는기라. 버린다고 버린는데 지가 하나 몰래 숨긴 모양이라. 내 한테 혼날까봐 겁에 질려 갖고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있는데 그 상황에도 그거 안 뺏길라고 어찌나 용을 쓰든지... 그런 아를 내가 어찌 이기겠노? 내 그날로 억지로 딱 묵까갖고 바둑을 시킬지, 내가 혼자서 그마 뒷바라지 할 자신도 없고 내 새끼 쪼금은 평범하게 자랐으모 했는데 그기 다 내 욕심이데. 자식은 내 맘대로 안 되드라. ... 니 선우 이길 수 있겠나. 설사 이긴다케도 그기 이긴게 아닐끼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카더만 말이 틀린말 하나또 없다"
부모님 설득 - 보라편
보라: "엄마, 아빠. 나 선우랑 결혼하고 싶어. 허락해 줬으면 좋겠어"
엄마: "안된다. 너들 동성동본이다. 너들 결혼하면 호적에 배우자 아니고 동거인, 동거인으로 찍힌단다"
보라: "아빠는? 아빠도 그래?"
아빠: "..."
보라: "혹시 선우가 맘에 안드는 건 아니고?"
엄마: "선우가 문제가 아이다. 누가 그 아 때문에 그러나?"
보라: "그럼, 연하라서 그래?"
엄마: "이그 느그 엄마 아빠 그렇게 앞이 꽉 막힌 사람들 아이다"
보라: "정말 법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럼,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으면 우리 결혼 허락해 주는 거지?"
(아빠와 엄마는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보라를 쳐다본다)
보라: "내년에 동성동본 결혼, 한시적으로 허용한대. 지금 국회에서 법안 준비중이야"
엄마: "그래 그라믄 느그 있다 아이가. 딱 1년만 살기가? 나중에 얼라 태어나면 출생 신고도 못 하는데 그 때가서 니 어짤긴데?"
보라: "내년은 한시적 허용이고, 그 후에 헌재에서 동성동본 금혼에 대한 법률을 효력 중지 시킨다는 얘기가 있어. 확실하대. 그 법 없어진다고 이제. ...아이, 어차피 나나 선우나 지금 당장 결혼은 힘들어. 내년에 나 사법 연수 끝나고 선우 본과 4학년 끝나면 우리 그 때 결혼할게. 그 땐 법적으로도 문제 없어. 내가 언제 엄마 아빠 실망 시킨 적 있어? 나 선우랑 잘 살 수 있어. 엄마, 아빠, 나 믿어줘, 이번에도!"
보라가 나간 뒤...
엄마: "에고... 뉘 집 딸내민지 마... 똑 소리 난다"
보라의 설득에는 뭐라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댈 수가 없었다.
정환 엄마가 덕선 엄마와 선우 엄마를 불러 함께 국수를 먹자고 한다. (국수라...)
정환 엄마: (뜬금없이) "아니 근데, 차인표랑 신애라는 결혼 한대?"
선우 엄마: "인표 오빠 군대 휴가 나오면 결혼한다카대요. (덕선 엄마를 보며) 나는 둘이 '사랑을 그대품안에' 할 때부터 딱 알아봤다카이. 그건 눈빛이 연기가 아이거든"
덕선 엄마: (선우 엄마를 보며) "와 또 인표 오빤데?"
선우 엄마: "잘 생겼잖아요 ㅎㅎㅎ"
덕선 엄마: "아이고 머슴아들은 와 이리 안오노?"
정환 엄마: "머슴아들?"
덕선 엄마: "마 있다아이요. 봉황당 머슴아, 마 내 백수 머슴아, 김사장 머슴아"
(엄마들 모두 ㅎㅎㅎㅎ)
덕선 아빠: "그나저나 택이 얼굴이 반쪽 되부렀드만"
택이 아빠: "아휴, 그러게 왜 전에 애한테 바람을 넣어가지고"
덕선 아빠: "오마, 이 사람 내가 뭔 바람을 넣었대?"
정환 아빠: "보라 아부지도 갱년깁니까? 깜박깜박 하시네요잉"
(밖에서 노을이가 큰 소리로 '택이 형 열애설났어!!!')
노을: "석간 1면이에요"
그런데, 모두 무덤덤... 이구동성 "에그... 잘못 나왔네, 잘못 나왔어"
정환 아빠: "오보다, 오보"
덕선 엄마: "이 둘이 손 잘 잡고 댕긴다"
선우 엄마: "난 또 누구라꼬. 덕선이 야 근데 사진 잘 나왔다"
택이 아빠: "영화 자주봐, 둘이"
덕선 아빠: "우리 딸래미 이쁘네"
정환 엄마: "쟤들 둘이 어렸을 때 목욕탕도 같이 가고 그랬었는데 ㅎㅎ 저 기자 어떡해. 헛다리 짚었네ㅎㅎㅎ"
...
덕선이 기원에 갔다가 대국 끝내고 나오는 택이를 태워 택이 대신 운전해 집으로 온다.
덕선: "내 말대로 해! 지금 어른들 선우랑 성보라 때문에 힘들어. 근데 우리 사이까지 알게 되면 충격 크실 거야. 그러니까 오늘 열애설 난 거 아니라고 말씀드려"
택이: "싫어! 거짓말 안해! 6년을 속였는데, 더는 싫어!"
덕선: "시간 지나고 세월 흐르면 그 때 상황봐서 말씀드리면 되잖아. 너희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도 얼마든지 우리 얘기 들어주실 분들이야. 근데 지금은... 지금은 아니야... 나는 안 변할 자신 있는데, 넌 없어? 난 안 변해 그러니까 천천히 시간 가지고 이야기 해 보자, 알았지? (택이의 깊은 한 숨) 대신 내가 선물 하나 줄게. '사랑해'"
택이: (미소)
노을 : "맞다니까... 뭔가 이상했다니까!!!"
덕선 아빠: (크게 소리치며) 염병할 시끼"
덕선 엄마: "느그 엄마 쓰러지는 거 보고 싶어 그러나? 어? 고마 주딩이 닥쳐라! 동성동본도 감당이 안돼 죽겠고만, 에이고 겹사돈이 웬 말이고"
어른들이 집에 돌아가려고 나서는데, 마침 택이와 덕선이 대문 열고 입장!
정환 아빠: "느그들 와 같이 오노?"
덕선 엄마: "느그들 기사 난 거 진짜 아니제?"
택이 아빠: "택아, 진짜야? 아니지?"
선우 엄마: "기자가 잘못 안 거제?"
덕선 아빠: "택아, 너 기사 난 거 참말 아니제?"
...
...
...
택이 : "아니에요, 우리 사이 아시잖아요"
어른 일동: (안심하고 웃음)
택이: "우리 사이가 변할 사이 같으세요?"
정환 아빠: "하모 하모"
(택이와 덕선이는 2년 뒤에 결혼하게 된다. 선우하고 보라 결혼하고 1년 후 쯤)
- 이모저모 영상들, 결혼 전 택이와 덕선의 티격태격 -
기원 사람들과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난리난 덕선 - 덕선이 술 먹는 거 택이가 싫어한다.
덕선: (덕선이 찾아 온 택이가 실망해서 노래방 나갈 때 택이 붙잡고) "택아, 이제 술 먹고 놀면 성덕선이 아냐!" 택아, 으응... 택아...
덕선: "얼마라고?"
택이: (잔뜩 기죽어 손가락 세개를 펴 보인다)
덕선: "죽을래? 너 3천만원이 무슨 애 이름인줄 알아? 그 돈을 차용증도 안 쓰고 빌려줬다고?"
택이: "아... (일어나려 하는데 덕선이 다시 쇼파에 밀어서 앉히며 이름을 대라고 한다) 있어, 연습생 동기, 너 몰라"
덕선: (큰 소리로) "그러니까 이름 대. 이름 모야!"
택이: (작은 소리로) "갚는데, 바로"
덕선: (더 큰 소리로) "이름 대라니까!!!!"
덕선이가 옛날 일기장을 꺼내 본다. 그러다가 첫사랑 선우에 대한 페이지를 부욱 찢어 쓰레기 통에 버리러 나간다.
근데 쓰레기 통 앞에서 종이를 다시 읽고 있는 덕선을 발견한 택이 재빨리 종이를 낚아 챈다. 결국 덕선이가 종이를 다시 빼앗아서 (덕선: 너 읽었어? - 택이: 아니 못 읽었어) 후다닥 집안으로 갖고 들어간다. 정말 못 읽었을까? 택이가 집에 돌아와서 선우를 보더니, 등짝을 진심으로 세개 후려치면서 말한다. '오랜만이다!'
선우: "으악!!! 아퍼 왜 그래?"
택이: (활짝 웃으며) "너무 반가워서" (계속 실실 웃으며 자기 방으로 간다)
선우: "아흐... 저 또라이 새끼"
택이 아빠에게 청첩장 주는 선우
택이 아빠: "청첩장을 왜 나한테 주노?"
선우: "어른들하고 친척들한테 돌리는 거 말고 제 주변 가장 친한 분들한테는 이 청첩장으로 돌렸어요. 아저씨, 이게 제 진짜 청첩장이에요"
선우가 준 청첩장에는 아버지 이름란에 택이 아빠 이름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선우: "제 결혼식때 엄마 옆에 앉아 주실거죠? 장가갈 때 철 든다더니, 저 이제야 철 드나봐요"
택이 아빠: (한 동안 눈물을 흘린다)
결혼식을 끝으로 이 골목 이웃들은 하나 둘 동네를 떠납니다.
누구나 10대를 보낸 곳은 기억 속에 가장 깊숙하게 오랫동안 남습니다.
( ♫♬ ♫♬ 혜화동 ♫♬ ♫♬ )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 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 가는지... ♫♬ ♫♬
쌍문동을 가장 먼저 떠난 건, 길동이 아저씨다. 아줌마 나이 드시기 전에 새 아파트에서 살게 해 준다며 가장 먼저 이 골목을 떠났다. (길동이 아저씨 = 택이 아빠)
그리고 다음은, 도롱뇽네. 그 다음은 쌍문동의 영원한 치타 여사님이 이 골목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골목을 떠난 가족은 바로 우리집. 우리집 이사를 마지막으로 쌍문동 10통 2반 골목은 텅 빈 골목이 되었다. (덕선네도 판교로 간다)
- 마치며 -
봉황당 골목을 다시 찾았을 땐, 흘러간 세월 만큼이나 골목도 나이들어 버린 뒤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건, 내 청춘도 이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기어코 흐른다.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 버리고 기어코 나이들어 버린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눈부시게 반짝거리고는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 겹도록 푸르른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덕선은 폐허로 변한 택이 방으로 가 본다. 그리고 눈물 어린 눈으로 문을 열어 본다. 마치 환영처럼 그 방에는 그리운 옛 친구들과 자신이 앉아서 방문객을 쳐다 본다. '니들이 왜 여깄어?'
그런데 알고 보니 엄마들이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 때문에 돌아 본 것이었다. 아이들은 하나 둘 일어서서 밥 먹으러 방을 나선다. 어린 시절 천진난만했던 골목길 친구들의 모습으로...
덕선에게 이 골목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추억의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덕선이 뿐만 아니라 우리들 각자의 기억 속에는 각자의 골목길이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종종 꿈 속에서 재현되기도 하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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