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20부작 응8 줄거리 입니다. 가능한한 내용을 모두 담으려 하다보니 내용이 좀 길어졌지만 3~4분이면 한 회를 읽을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전철이나 조용한 도서관에서 눈으로 읽기에 적당한 분량입니다. 유튜브는 보고 나면 하나도 안 남죠? 공부하다가 일하다가 잠시 휴식할 때 눈으로 즐감하세요.

 

 

 

친구들 모두 이제 성인이 되어 각자 직업을 가지게 되니까 함게 모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모처럼 집에 와서도 가족과 식사 한 번 할 기회도 거의 없다. 오늘은 택이 생일이라 모이게 됐다.

 

조용한 집, 모처럼 집에 왔다가 잠만 자고 친구 모임에 나가는 정환이를 보며 아쉬움 가득한 엄마 아빠

정환 아빠: "우리 둘째 아들 얼굴도 잊아 부리겠다"

 

모처럼 집에 온 덕선이가 친구 모임에 나가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 가득한 엄마 아빠

덕선: "나 애들이랑 놀거야, 간다~!"

덕선 아빠: ", 오랜 만에 집 구석에 왔으면 저녁 한 끼라도 식구들하고 같이 먹으면 좀 좋을까이"

 

 

- 엄마, 아빠들끼리 모여 자식들 얘기 -

택이 아빠: "이 집도 조용하네요"

정환 아빠: ", 애들이 없으니까 고마 조용합니다"

...

택이는 선도 자주보고 소개팅도 하지만 오래 못 간단다.

선우 엄마: "거절을 몬해서 나갈 때가 많아요"

 

 

- PC 통신에 빠져 사는 정봉이 형 -

정봉이 형 아이디는 '제임스본드'. 퀴즈방 방장!

재미삼아 예전에 미옥과의 데이트 에피소드를 문제로 올린다. 그런데 뜻 밖의 답변으로 깜짝 놀란다.

연상 퀴즈로 우주여행을 올렸는데, '부루마블'이라는 답변... (첫 사랑 미옥이 외에는 알 수 없는 답...)

급 진지해진 정봉이 형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만남 퀴즈...

 

'종로 일요일 5'에 대해 '1층 아니라 2'...

정봉은 깜짝 놀라서 일어난다. 틀림 없는 그녀다  (PC통신 만남을 다룬 영화도 있지요. 접속)

확신에 찬 제임스본드는 주말에 반줄에서 메기의 추억과 만나기로 한다.

 

 

 

- 택이방, 애들끼리 모여 택이 생일 파티 -

덕선: (맥주 잔을 탁 내려놓으며) "! 나도 인기 많거든! 내일도 만나서 영화보기로 했어. 내가 싫어서 안 만나는 거야"

선우: "잘 생겼던데, 덕선아 이번에는 차이지 마라!"

덕선: "웬열! 야 누가 차여, 내가 늘 찼다니까 참... (선우를 보며) , 근데 너 그 사람 언제 봤어?"

선우: "전에, 요 앞 골목에 데려다 줄 때 얼굴 봤어. 다같이 봤어"

동룡: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멀쩡하던데?"

덕선: (어이 없다는 듯) "그럼, 멀쩡하지 안 멀쩡하냐?"

택이: "탑 언니? 너 그 선배 언니가 소개시켜 준 사람 말하는 거지? (웃으면서) 아직도 잘 만나네. 안 차였네 ㅎㅎ"

 

덕선: "아이씨, 진짜... (억울해하는 목소리로) , 나 안 차인다니까! , 내가, (목소리 가다듬고) 내가 늘 찼다니까!

남자애들: (끄덕끄덕 하며 이구동성) "(웃으며) 알았어, 니가 찼어"

동룡: "(깔깔대면서) 그래, 이번에는 니까 찼다 그래. 뭘 흥분하고 그래 ㅎㅎ"

덕선: "!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진다) (택이를 쳐다보며) 진짜라고! 내가 찼나니깐!! (이어서 선우, 정환을 쳐다보며 전투적인 목소리로) 내가 찼다고!!, 내가!!!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크게) 내가 찼어!!!! 이씨!!!!!"

남자애들: (귀막고 막 웃으며) "알았다고!!"

동룡: (대놓고 깔깔거리며 문 밖을 향해 큰 소리로) "덕선이가 찾대요!!!"

덕선: (화가 나서 계속 큰 소리로) "내가 찼다고!!, 내가!!!! 내가 찼어, 이씨!!!!! 죽을래? ..."

덕선: (남자 애들에게 서둘러 상황 정리 하려는 듯이) "정말이야, 내가 찼어 ㅎㅎ"

동룡: (멈추지 못하는 웃음, 낄낄낄낄우헤우헤헤 크하하)

 

 

이튿날 다들 자기 일터로 복귀

지프 타고 지나가는 정환과 시계보며 뛰는 덕선의 어긋남

 

 

오랜만에 애들 얼굴을 본 엄마들이 애들 얼굴이 좀 야윈 것 같다며 걱정하다가...

멸치 다듬으며 아줌마들 수다

덕선 엄마가 최근에 정년이 가까워 오는 남편이 혹사당하는 것 같아 그것도 걱정이라며,

덕선 엄마: "성님, 얼라들한테 돈 들어가는 건 하나도 안 아까븐데, 신랑한테 돈 좀 쓸라카믄 잇!!하게 손이 오그라들데요, 내만 그렇나?"

정환 엄마: "다 그래, !! 나도 우리 정봉이 정환이가 어쩌다가 밤 늦게 들어와서 밥 주세요 하면 덮고 있던 이불 집어던지고 우리 시어머니 제사때도 안하는 나물이며 굴비며 보쌈까지 하거든. 근데 우리 정봉이 아빠가 달밤에 라면 하나 끓여 달라고 하면 갑자기 막 그냥 분노가 단전에서 부터 확!!! 내가!! 날라차기를 딱!!"

(선우 엄마와 함께 덕선 엄마가 너무 공감되어 큰 소리로 웃음) "... 근데 그렇게 날라차기를 하다가도 참, 불쌍하다 우리 남편. 돈 버느라고 고생하는데 그 라면 하나를 못 얻어 먹네 싶어서, 그래 내가 이해하자 참자 그러면서도 분노를 참지 못해 우씨..."

"ㅎㅎㅎㅎㅎ"

 

 

 

- 친구로 부터 소개팅 부탁받는 보라 -

 "연하야! 단지 별명이 '쓰레기'래. 하지만 천재래! 천재 쓰레기!" 

 

 

 

- 기원의 유 과장과 탑 언니 -

 (덕선이가 유 대리에게 소개 시켜줘서 요즘 한창 사귀는 중)

유 과장: "언제 한 번 덕선 양한테 밥 한 번 사야 되는데..."

탑 언니: "괜찮아요. 내가 덕선이 한테 후배 소개 시켜 줬거든요" (택이 생파 때 요즘 덕선이가 만나고 있다는 남자)

 

 

동룡: "정팔이 새끼 서울에 있으니까 좋다. 얼굴도 자주 보고"

택이: ", 근데 나 차 갖고 왔는데..."

동룡: "괜찮아, 덕선이한테 운전하라고 하면 돼. 덕선이는 술 끊었대"

정환: "? 뭔 일 있대?"

선우: "오래 못 갈걸"

택이: "거짓말 같은데"

동룡: "내 말이. 캬하, 어렸을 땐 술 한 모금도 못 마시더니, 이젠 다 커서 술도 마시고. 우리 수여니 ㅋㅋㅋㅋ"

모두들 ㅎㅎㅎㅎ.

선우: ", 그 이름 진짜 오랜 만이다. 성수현. 너 그거 어떻게 기억하냐?"

정환: "그 점쟁이 잘 있나 몰라. 그래도 결국 다 맞췄어!"

그 때 덕선이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덕선: "얘들아~~, 안녕! 나 왔다~! ㅎㅎ"

남자애들: (일제히 덕선을 보고 활짝 웃으며) "왔네, 수현이,  왜 이제 와! 빨리와! (스포츠 경기 응원때 선수 이름 부르듯) 성 수현, 성 수현! ㅎㅎㅎㅎㅎ..."

덕선: "(자신도 거의 잊고 있던 수현이라는 이름을 듣고... 덕선 얼굴이 구겨지며, 혼잣말로) 저것들을 확 죽여버릴까... ..."

 

덕선: ", ... 내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던지 해야지. 이것들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하나도 없어. , 신분 세탁 어떻게 하는 거냐 어?!, 옘병..."

택이: "너 왜 콜라냐? 진짜 술 끊었냐?"

덕선: ", 요새 보약 먹어"

동룡: (제일 먼저 '!' 하고 웃음 터져 어이없다는 듯) "아니 더 건강해지려고? 지금도 충분히 건강한데, 더 건강해지겠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ㅎㅎㅎㅎㅎㅎ"

덕선: (동룡이를 흘겨본다)

선우: "너 요새 만나는 그 사람이랑은 잘 돼 가나보다?"

덕선: (계속 동룡이 흘겨보는 중)

동룡: "(계속 낄낄대며) 뻔하지 뭐, 딱 한 달 본다"

덕선: "(자세 바꾸며) 왜 이러셔. 내가 여기서만 찬 밥이지 딴데 가면 캡 인기 있어"

택이: (진지하고 조용한 어조로) "딴 데 어디?"

덕선: (이번에는 택이한테 눈 흘기며) ", 이씨..."

정환: ", 인간적으로 우리끼리는 거짓말 하지 말자"

덕선: ", 이것들이 진짜.... 나 이번 주도 그 사람이랑 콘서트 보러 가기로 했어"

동룡: (웃음이 또 터지며) "! 치시네"

택이: "(동룡을 보며) 아니, 저 말은 맞아! 내가 좀 전에 유 과장님에게 들었어"

덕선: (의기 양양해져서 웃는 얼굴로 이쪽 저쪽 돌아보며) "봤지! 봤지!! 이것들이 천하의 성덕선을 뭘로 알고... . 왜 이래? 나 주말에 바쁜 여자야! 동네 부랄친구들이랑 영화 볼 짬밥 아니라고!"

동룡: ", 근데 일요일?"

덕선: ", 너도 가게?"

동룡: ", ... 우리 오랜만에 다같이 영화 보러 가기로 했잖아! 포레스트검프"

덕선: ", 그거 봤는데!"

택이 빼고 남자애들: "!... 아이씨"

덕선: (우쭐우쭐) "그 사람이랑 봤어. 내가 니들이랑 영화를 왜 보냐? ! 시간 아깝게"

택이: (난처한 표정 지으며) "나도 봤는데..."

택이 빼고 남자애들: "!!! ..."

택이: "까먹었다. 미안하다. 기원 사람들이 하도 같이 보자고 그래서"

선우: "난 안 봤어. 정팔이 너는"

정환: "아이, 나도"

동룡: ", 남자 셋이서 영화보러 가는 거 아냐! 그게 무슨 그림이니? 그게"

  (갑자기 덕선이가 기쁜듯이 막 활짝 웃는다)

덕선: "ㅎㅎㅎ 뭐야, 지금. 나 여자로 봐 주는 거야?"

남자 애들: (무 표정)

덕선: (계속 웃으며 뭔가 베풀듯이) "알았어, 그럼 내가 이승환 콘서트 표를 딱 취소하고 니네랑 영화 보러 갈게. 어쩔 수 없지 뭐, ㅎㅎ"

남자애들: ", , 나가!! 나가!" (불만 폭증)

동룡: "차라리 우리 아빠랑 간다, 아빠랑"  ㅋㅋㅋ

정환: "정봉이 형이랑 본다, 정봉이 형"

동룡: "자꾸 그 사람 그 사람 하지마!"

덕선: (택이 한테) ", 술잔 하나만 줘봐!"

택이: (타이르듯) "안돼, 너 운전해야지"

 

 

덕선 엄마: "이러다가 사람 잡겠다, 일요일까지 일을 나오라카나"  (나이 든 오랜 연차의 직원을 이렇게 부리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죠)

덕선 아빠: "잠깐이어, 잠깐만 나갔다 오면 돼. 임자, 내가 그냥 하는 소린디, 자네도 들어 봤을 것이여. 명예 퇴직이라고. 인자 내 정년까지는 4~5년 밖에 안 남았자네. 명예 퇴직을 미리 신청하믄 퇴직금을 두 배로 준다고 하네"

덕선 엄마: "안된데이. 애들 시집 장가 보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된데이. 무조건 붙어 있어라, 알았제?"

덕선 아빠: "아이고, 알았네. 무조건 붙어 있지. 그냥 해 본 소리지"

 

 

 

- 데이트를 위한 준비를 끝내고 출발 전에 호출기 메시지를 확인 하는 덕선이 -

첫 번째 메시지 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콘서트는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문제로 이렇게 덕선씨에게 크게 실례를 하게 되어 정말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옷 갈아 입은 덕선, 엄마가 콩나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장으로 고.

 

 

그런데 하필 출근하는 남자 애들하고 딱 마주쳤다. 대문 열고 나오는 순간 딱 걸려 버린 덕선...

어쩔까 망설이다가 터벅터벅 애들 앞으로 간다. (겉모습 전혀 신경 안쓰고도 주말에 캡 잘나가는 이미지로 결정)

동룡: "! 너 뭐냐?! (ㅋㅋ) 콘서트 간다더니? 왜 아직도 그 꼴이니?"

     (잠시 생각하는 척 하더니 깔깔대며) "아하~ 또 차였구나? ㅎㅎㅎ 결국은 어제 혼자 들어오더라니... 차였네, 차였어!"

덕선: (동룡이를 째려 보다가) "아닌데? 나 지금 콘서트 가는데?"

동룡: "~ 콘서트 가기 딱 좋은 복장이다, 그래, (깔깔깔~)"

덕선: "승환이 오빠랑 달려야 되거든! (콘서트 신나게 즐기려면 복장이 편해야쥐~)

동룡: "그런거야? 그럼 타, 가는 길에 데려다 줄게, 타 빨리"

덕선: ""

동룡: "내 페라리가 좀 거칠 수 있으니까 꽉 잡아라!"

덕선: "(신난다는 표정으로 밝고 경쾌하게 소리친다) 알았어! 출발! 가자고!"

    (동룡이 트럭을 출발시키자 덕선이 백미러를 통해 멀어지는 정환과 택이를 보며 시무룩해지더니 똥 씹은 표정이 된다)

 

 

 

- 기원 (박카스배 결승전) -

유과장: "!? 양다리 아니에요?"

탑 언니: "양다리는 아니구요, 저도 몰랐어요, 그렇게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었는지..."

많이 피곤한지 택이가 다음 대국 전에 살짝 세수를 하고 나온다.

 

 

 

- 영화관 -

포레스트검프 상영관에 도착한 동룡과 정환

정환이 호출기가 울려 확인해 보니 선우한테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못 온다고...

그런데,... 덕선이 하고 사귄다는 남자(얼굴을 다 알고 있음)가 다른 여자와 영화관에 찾아 왔다.

동룡: "! 저 사람!! 소개팅 한 그 남자 아니냐? 근데 저 새끼가 지금 여기 왜 와있지?"

      ... (잠시 생각하더니) ... "~, 덕선이 또 차였구나! 아이 비웅신!"

 

덕선이 생각에 영화에 집중이 안되는 정환... (아까 동룡의 말이 맴돈다. '결국은 어제 혼자 들어오더라니... 차였네, 차였어')

영화는 어느새 거의 중반을 넘어가고...

동룡: " (영화 속 여주인공에 감동해서) , 진짜 저런 여자는 어디가서 만나야 되는 거니?")

 

망설이던 정환이 드디어 혼자서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주차장으로 뛰어 간다. (뒤에 남은 동룡은 어리둥절. 저 녀석 급했나? 화장실 가나?)

떨리는 손으로 지프의 시동을 건 정환은 외롭게 홀로 콘서트 장에 서 있을 덕선을 향해 황급하게 차를 몬다.

마음이 다급한 정환. 야속한 신호등. (시내 길이니...) 파란 불이 켜지자마자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는다 부-...

정환의 첫 사랑, 덕선... 왜 이렇게 망설였을까? 왜 이렇게 용기가 없었을까?  '늦었지만 이제 내가 간다! 조금만 기다려, 덕선아, 조금만...'

 

 

 

- 콘서트장에서 덕선 -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거리며 어딘가에 전화 중이다.

", 왕조현. 너 이런 기회 흔치 않다. 꽁짜표야 꽁짜표. 얼른 달려 와! 야 그리고 올 때 옷이랑 신발도 좀 갖고 와라! 알았지? 야! 빨리와! 꼭 와! !"

, 추워... 덜덜덜...  (뒤에 있던 행사 요원이 말한다. '곧 시작합니다')

 

...... ......  ......  ......  ......  ...... 

.

.

.

.

 

◆ 휴,... 헉... 헉... 드디어 덕선 앞에 도착한...

 

 

  보라의 소개팅에 나온...

 

 

  종로 반줄... 정봉이 형 앞에 나타난...

 

 

 

덕선 앞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택이... (컥...헉,... 헉... 하... 하...)

덕선: (너무나 뜻 밖의 상황에 혼란스러워) ", 뭐야? 니가 여기 어떻게 왔어?"

숨이 좀 진정되자 택이가 덕선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당황해하는 덕선을 보며 활짝 웃는 택이

 

그리고,...

되돌아 가는 정환...

 

정환의 회고>

운명은 시시때때로 찾아 오지 않는다. 적어도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아주 가끔 우연히 찾아드는 극적인 순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운명이다. 그래서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만일 오늘 그 망할 신호등이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면 그 빌어먹을 빨간 신호등이 한 번이라도 날 도와줬다면 난 지금 운명처럼 그녀 앞에 서 있을지 모른다. 내 첫 사랑은 늘 그 거지같은, 그 거지같은 타이밍에 발목 잡혔다.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집에 돌아 온 정환이 쌍문동 골목길에 차를 주차하고 있을 즈음,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카오디오에서는 바둑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라디오 뉴스> '다음은 바둑 소식입니다.16일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 대국실에서 열린 박카스배 결승 5번기 첫 번째 대국에서 한국 바둑의 최강자 최택 9단이 충격적인 기권패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최택9단의 프로 입단 이후 최초 기권패로 기록됐는데요, 주최측과 기원에 사정을 알리고 대국 상대인 임지현 9단에게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기권패를 선언한 이유는 개인 사정으로 자세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자기 관리가 철저한 최택 9단의 기권패는 관계자들을 놀라게...'

정환은 절망감과 야속함과 자신에 대한 분함에 두 손으로 운전대를 연이어 내려친다.

 

(쏟아지기 시작한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정환의 눈물)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숫한 선택들이 만들어 내는 기적같은 순간이다.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 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 나빴던 건 신호들이 아니라,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 많은 망설임들이었다.

 

 

(택이는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다가, 밖에서 기다리던 유 과장과 탑 언니의 대화에서 덕선의 소개팅남 한테 여친이 있는 줄 몰랐고 여친과 서로 대판 싸우고 홧김에 소개팅을 했던 것이었으며, 덕선이는 혼자 콘서트 장에 가 있다는 말을 우연찮게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허공에 붕 뜬 덕선을 잡기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일정을 그 자리에서 포기하고 방향을 틀었던 것이다)

 

 

- 종로 반줄 -

미옥은 출입문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정봉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정말 운명이었나 보다. 끊어진 듯 했던 운명이 전화선으로 다시 연결되다니. 정봉은 무표정으로 아무런 말 없이 미옥을 향해 뚜벅 뚜벅 다가가 다시는 잃지 않겠다는 듯 미소 짓고 있는 그녀를 꼬옥 안았다.

 

 

 

그리고, ...

보라 앞에 선우가 나타났다. 보라도 선우도 뜻밖의 만남에 한 동안 말 없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보라: "니가 쓰레기냐? 모냐, ?"

선우: "누나가 왜 여기에 있어요?"

보라: "너나 대답해!"

 

 (선우는 학과 친구한테 받았던 도움에 대한 답례로 소개팅에 나온 것이었다. 그 친구가 담당 교수의 소개팅 제안을 거절 할 수 없어 받아들였었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 그 친구 대타가 급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선우에게 대타를 부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의 별명은 쓰레기였다)

 

선우: "누나 참 대단하네요.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저랑 같은 학교, 같은 학과, 그것도 동기랑 소개팅을 해요? 저는 이제 신경도 안 쓰이나 봐요"

 

선우를 바라보던 보라의 눈에 눈물이 조금씩 고인다. 보라는 차분하게 선우의 질문에 답을 한다.

보라: "1%의 확률로 니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근데 별명이 쓰레기라고 해서, ... 그럼 1%는 날아갔구나"

선우: (...)

 

보라: (절제된 간절한 표정) "근데 다시 생각했지. 그렇다면 다른 1%의 확률에 걸어야겠구나. 너 귀에 들어가라! 같은 학교 같은 학번 동기니까 너 귀에 들어가라! 너 귀에 들어가서 정말 1%의 확률이지만 혹시 니가 아직도 나를 좋아한다면..."

선우: (눈동자가 흔들린다)

보라: (눈을 아래로 떨구며)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나왔어!"

선우: ...

보라: (눈물 맺힌 눈으로 선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선우야, 미친 소리 같지만, 보고 싶었어!"

(카페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른다)

 

 

 

- 콘서트장 -

덕선: "!! 나 진짜 바람 맞은 거 아니거든!!!"

택이: "그래, 알어^^"

덕선: "원래 오기로 했는데, 오다가 사고가 났대!, 크-은! 사고!!"

택이는 말 없이 윗옷을 벗어 덕선이에게 입혀 준다.

덕선: "나 안 추워!"

택이: "내가 더워서 그래"

덕선: (강조하는 소리) ", 진짜! 바람 맞은 거 아니다!"

  (택이와 함께 신이난 덕선이는 즐겁게 콘서트 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선우가 눈을 떠 보니, 진주와 엄마가 보고 있다. 진주가 한 마디 한다. '오빠, 잠만 잘 거면 뭐하러 집에 와?!'

선우: "오빠 피곤해서 그래, 집에서 잠이 제일 잘 오니까 그렇지. 나 쫌만 더 잘게"

 

 

정환이가 눈을 떠 보니, 엄마 아빠가 보고 있다. 엄마가 아침 다 됐다고... ', 그럼 깨우시지 그랬어요'

아빠: "늦잠 푹 자라고 일부러 안 깨왔다"

 

보라가 일어나는데 아무도 없던 옆 자리에서 깨어나는 덕선을 보고 '아 깜짝이야, 너 언제 들어왔어?'

덕선: (부시시) "그러는 넌, 넌 언제 들어왔는데"

보라: (어라?) "너라고? 이게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볼까?"

덕선: (부시시 + 짜증 + 코 쑤심) "왜 이래?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보라: (덕선이 등허리를 딱 치며) "이제 아주 맞먹으려고 그러지 어? 죽을라고 이게!"

덕선: ", 왜 때려!!"

보라: (등을 마구 두드리며) "왜 때리긴, 니가 잘못했으니까 때리지!"

  (투닥투닥...! 쿵 따딱 이씨! ! 쿵 야! 이씨!)

 

덕선 아빠: "아따 가시나들, 다 커서도 지랄이네, , 어서 밥 먹어!!"

덕선 엄마: "보라, 자가 왜 저렇노... 목소리가... ... 약한 거 같은데..."  ㅋㅋㅋ

 

진주: (택이를 보며) "왜 오빠만 그렇게 대국이 많아? 좀 줄여!"

선우: "쌤통이다"

진주: (선우를 보며) "오빤, 집에서 잠만 잘 것 같으면 아예 오지마! 오빠만 공부해? 먹고 다시 자! 알았어?!"

택이: "ㅋㄷㅋㄷ"

진주: (택이를 보며) "웃지마! 오빠 심소영이랑 사귀기만 해봐. 내가 콱 그냥..."

택이: ", 걱정마!"

선우: ", 얘 이렇게 말을 잘해? 아니 요새 국민학생이 제일 무섭다더니..."

아빠: "선우야, 너 낮에 캐치볼 하자, 너 운동 좀 해야 돼"

선우: "아니 안해요. 좀 살살 던지시던가, 저는 절대 안해요"

아빠: "너 운동해야 돼. 체력이 돼야 공부도 하지"

선우: "됐습니다. 됐어요, 저 잘래요"

진주: (선우를 보며 주의 주듯) "어??! 오빠!!"

선우: "아 알았어, 알았어. 해요"

 

 

 

오늘 모임에 택이는 일이 좀 늦어져서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

동룡: "피앙새 반지 가져왔지?"

  (정환이가 반지를 꺼낸다)

덕선: "피앙새 반지가 뭐야?"

선우: "공사 졸업 반지야. 이 새끼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잖아"

동룡: "나 줄거지?"  (이전 술자리에서 정환이한테 반지 계속 가지고만 있을거면 자기한테 넘기라고 했었음)

정환: "고민중이야, 갑자기 너 주기 아까워졌어"

동룡: "그럼 누구 줄려고 그러는데...?"

정환: (빙그레 웃는다)

동룡: "평생 프로포즈도 못 해보고 죽을 새끼"

선우: "낭만이 좀 없지, 우리 정팔이가"

동룡: "(정환이를 보며) 야이 븅신아, 난 너 고백하는 거 보고 죽는 게 내 소원이다, 소원"

  (그런데... 정환이 갑자기 급 진지 모드)

정환: (반지를 보며) "덕선아!..."

덕선: (웃으며 정환을 쳐다본다)

 

정환이 반지 케이스를 열고 덕선이 앞에 놓는다.

덕선: (웃음을 멈추고 정환을 쳐다 본다)

정환: "올해 졸업할 때 주려고 그랬는데. 이제 준다"

  (덕선은 혼란, 선우와 동룡은 놀라서 조용)

 

정환: (덕선을 한참 바라보며) "나 너 좋아해. 좋아 한다고. (허탈하게 웃으며)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지 아냐? 너랑 같이 학교 가려고 매일같이 대문 앞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고 너 독서실에서 집에 올 때까지 나 너 걱정돼서 한 숨도 못 잤어. 얘가 왜 이렇게 늦지? 또 잠들었나? ,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너..."

동룡: (눈짓으로 선우에게) '이 새끼 진짠가봐'

선우: (눈짓으로 동룡에게) '조용해!'

 

정환: "...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같이 콘서트 갔을 때, 그리고 내 생일 날 너 한테 셔츠 선물 받았을 때 나 정말... ... 좋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하루에 열 두번도 더 보고 싶고 만나면 그냥 좋았어. 옛날 부터 얘기 하고 싶었는데, 나 너 진짜 좋아. 사랑해!"

덕선: (감동)

...

...

 

분위기에 압도당해  모두가 할 말을 잊고 정적에 휩싸여 있는데, 정환이 말을 잇는다.

정환: (멍해 있는 동룡이를 보며) "됐냐? 븅신아!"

동룡: (아주 작은 소리로) "뭐가 돼?"

정환: "이게 니 소원이라며?"

동룡: (아주 작은 소리로) "무슨 소..."

  (갑자기 선우하고 동룡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처럼 악 소리를 내며 감탄해서 박수)

동룡: "깜짝이야!!"

선우: "아 씨! 진짠 줄 알았잖아!! 미친놈아!!" (덕선이를 보며) "! 너도 속았지?!"

 

덕선: (정신 추스리며 웃긴 하는데, 어색한 웃음...)    -- 덕선은 이 말들이 진심이었다고 믿고 싶을듯

선우: "이 새끼 완전 선수네 선수...아 ㅎㅎㅎ"

동룡: "깜빡 속았네, 진짜. 맙소사! 정팔아, 나 떨려! 나 너 한테 반한 거 같아! 나 너 사랑해, 사귀자. (정팔이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나도 너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고 (웃으며) 독서실에서 ..."

정환: (동룡이 잡은 손을 훽 뿌리치며) "야 이 미친놈아, 저리 가!" ㅎㅎㅎㅎ

  (덕선과 정환은 어색한 웃음을 이어간다)

 

지난 날들을 돌아 보면, 정환은 가장 먼저 덕선이 옆에서 남들과 다른 눈빛으로 덕선이를 보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술잔이 거의 다 비워지고 시간도 꽤 흐른 듯하여 그들 넷은 2차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일어선다. 많이 늦어지는 택이에게는 아예 2차로 오라고 메시지를 남겨놨다.

그리고 주인 잃은 피앙새 반지는 길고 길었던 기다림 끝에 잠깐의 삶을 다하고 빈 자리에 그렇게 남겨져 잊혀진다. 정환은 그렇게 첫 사랑에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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